BPO, 가학적 버라이어티 '개선' 의견 제시

이글은 KBS공영미디어연구소에서 발간하는 '해외방송정보' 2022년 4월호에 실린 것입니다. 일부를 싣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고하세요.

일본의 방송업계 자율기관인 BPO가 가학적인 버라이어티에 의견을 제시했다. 시청자의견을 조작한 TV아사히에는 방송윤리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한편 자민당에서는 BPO와 프로그램심의기관에 관여하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BPO를 둘러싼 최근 움직임을 정리한다.

방송윤리프로그램향상기구(BPO)는 NHK와 일본민간방송연맹이 자율규제기관으로 설립했다. 2023년에 설립 20년을 맞이한다. BPO에는 산하에 방송윤리검증위원회, 방송인권위원회, 청소년위원회가 있다. 시청자의 제보와 자체 판단으로 방송프로그램을 심의해 방송사에 의견을 제시한다. 시청자로부터 매일 50여건의 의견이 접수되며, 최근 3년간 매년 2만 건이 넘었다. 2021년도(2021년 4월~3월)에는 20,726건이었다. BPO가 권고, 견해, 의견, 제언, 요망 등의 결정을 발표한 것은 2022년 4월까지 132건이었다.

BPO 시청자 의견 접수건수(BPO放送倫理・番組向上機構のパンフレット)

BPO, TV아사히 정보프로그램 “방송윤리 위반”

최근 BPO의 프로그램심의가 활발해졌다. BPO는 지난 3월 9일 TV아사히 정보프로그램에 “방송윤리 위반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문제가 된 것은 정보프로그램 <오시타 요코 와이드! 스크램블>(大下容子ワイド!スクランブル)의 시청자 질문코너이다. 평일 오전10시대에 편성된 생방송프로그램이다. TV아사히가 자회사에 위탁해 제작하는 프로그램으로, 시청자의 의견을 반영한다며 질문을 받는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오시타 요코 와이드! 스크램블

2021년 11월 문제가 드러나자 BPO 방송윤리검증위원회는 심의를 시작했다. 조사 결과, 2020년 10월부터 1년간 방송된 293개의 시청자 질문 중에 절반에 가까운 131개가 조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연출이 프로그램 내용과 맞는 질문을 만들도록 지시하거나 기존 질문은 수정했다는 것이다. 자회사 소속의 종합연출은 TV아사히 보도프로그램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사람인데, 이 프로그램의 프로듀서는 종합연출에 맡기고 체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방송윤리검증위원회는 “(시청자) 질문은 시청자의 관심사 등을 나타내는 중요한 사실정보이며, 이를 제작자가 왜곡시키는 것은 있어서는 안된다. 또한 투고자의 속성을 바꾸는 것은 그 출처를 속이지 것”이라며 방송윤리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근거로 일본민간방송연맹의 방송기준을 제기했다. 즉 “뉴스는 시민의 알권리에 봉사해야 하며, 사실에 의거해 보고하고 공정해야 한다” “뉴스에서 의견을 다룰 때는 그 출처를 밝혀야 한다”는 기준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방송윤리검증위원회의 의견이 나오자 TV아사히는 프로그램에서 사과했다. TV아사히 홍보부는 “이번 문제는 신뢰를 크게 해친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며, 시청자와 관계자에게 사과드린다. BPO 견해를 진지하게 수용하며, 향후 프로그램제작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BPO, 가학적 웃음 유발 버라이어티 자제해야

한편 BPO 청소년위원회는 4월 15일 ‘고통을 동반한 웃음을 제공하는 버라이어티’에 대한 견해를 발표했다. “시청하는 청소년의 공감능력 발달과 인간관에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방송사에 개선과 배려를 요구했다.

청소년위원회는 2000년과 2007년에도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폭력성에 대해 “청소년에 대한 영향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개선을 요구하는 견해를 발표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시청자로부터 “출연자의 심신에 가해지는 폭력”을 연출하는 버라이어티에 대해 “집단따돌림을 조장한다” “불쾌감이 든다”는 등의 의견이 감소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고교생 대상 모니터에서도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며 스튜디오에서 웃고 있는 모습이 불쾌했다” “출연자가 자신의 몸을 학대하는 것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는 등의 의견도 나왔다는 것이다.

이에 청소년위원회는 견해를 통해 폭력장면을 방송할 때는 충분한 주의가 필요하며, 격투기나 드라마는 “(폭력을 휘두르는 개인이나 폭력을 당하는 개인) 양자의 양해를 얻은 뒤에 이루어지는 일종의 연기라는 것을 시청자도 명백하게” 알지만, 최근 버라이어티에 벌칙게임, 몰래카메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보이도록 연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제작자나 출연자간에 아무리 잘 짜여진 연출이라도“청소년의 경우는 이들 기획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이해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청소년위원회는 최근 시청자로부터 비판을 받은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우선 자극적인 약품을 속옷에 부착한 뒤, 연예인이 입게 하고는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며 다른 연예인이 웃는 프로그램이다. 피해자 연예인은 사전에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고통을 실제적이며, 주변 연예인은 타인의 고통을 조소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깊은 구덩이에 연예인을 빠트리고 6시간 방치한 뒤, 탈출을 시도하지만 실패하는 모습을 다른 출연자가 보며 조소를 보내는 버라이어티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청소년 위원회는 이러한 타인의 고통을 조소하는 연출은 뇌과학이나 심리학의 관점에서도 “이를 시청하는 청소년의 공감능력이나 인간관에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2013년 ‘집단따돌림방지대책추진법이 성립한 뒤, 따돌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연출을 청소년이 모방해 따돌림으로 발전시킬 위험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연예인이 스튜디오에서 다른 사람이 고통 당하는 모습을 웃으면서 시청하는 모습이 “따돌림 장면을 방관하는 것을 허용하는 모델이 될 수도 있어 우려된다”고 했다.

방송국에 대해서는 방송의 공영성과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한 프로그램 제작을 주문했다. 즉 “시청자를 즐겁게 하는 버라이어티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제작자가 시대를 보는 눈, 센스와 경험, 기술을 항상 발전시키고 개선해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공영성을 가진 텔레비전의 제작자는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며 제작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자민당, BPO 관련 논의, ‘개입’ 비판도

한편 최근 자민당에서 시작한 방송제도 관련 논의가 파문을 부르고 있다. BPO와 프로그램심의회 등 방송계 규제기관의 기능을 정치권에서 검증하려 했기 때문이다. 발단이 된 것은 자민당 정보통신전략조사회이다. 지난 3월 9일 NHK와 일본민간방송연맹의 전무이사를 불러 BPO와 방송사 프로그램심의회의 활동상황을 질의했다.

총무상을 지낸 사토 츠토무(佐藤勉) 조사회 회장은 모두 발언에서 “BPO가 내년에 20주년을 맞는데, BPO와 프로그램심의회가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심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방송국이 온라인에만 내보내는 콘텐츠는 BPO의 심의대상인가” “외부 지적이 없는 한 BPO는 움직이지 않는가” “불상사를 일으킨 정치가가 불쾌한 표현으로 나오는 영상이 방송되고 있는데 BPO는 주의하지 않는가” 등의 질문이 나왔다. 조사회는 외국사례와 비교하며 1년간 논의할 방침이다. 파문이 일어난 것은 회의를 마친 뒤, 사토 회장이 보도진에 떨어 놓은 말이었다. “BPO 위원인선에 국회가 관여할 수 없을까 제기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 발언이 보도되자 미디어업계에서는 파문이 일었다. 미디어업계는 BPO 위원 인선은 방송사 임원을 제외한 인사로 구성된 평의원회에서 선임한다고 비판했다(이하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고하세요).